[책마을] 경제 뉴스보다 강력한 '입소문의 힘'

입력 2021-03-04 17:01   수정 2021-03-05 02:16

최근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런데도 비트코인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의문투성이 인물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암호화폐 원리가 뭔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른다. 이 버블은 놀랍게도 투자자들이 ‘떠들어댄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암호화폐라는 것에 대한 말들이 하나둘씩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이를 믿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렸다. 결국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 미국 예일대 경제학 교수가 쓴 《내러티브 경제학》은 이처럼 경제를 움직이는 입소문의 힘과 그 이유를 분석한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위기의 반복이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을 찾기보다 경기 하강이 시작한 이후 발생한 사건들에 주목했다. 이와 달리 쉴러 교수는 경기침체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 원인이 내러티브(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점에 주목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야기에 강한 전염력이 생길 경우 입소문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도 전염력 강한 입소문의 영향을 받았다. 대공황이 발발하기 2주일 전인 1929년 10월 15일, 어빙 피셔 예일대 교수는 이런 내용의 연설을 했다. “미국 증시가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 안정적인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많은 매체들은 한동안 이 화려하고 참신한 어구를 인용했고,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이 현상은 시장 붕괴가 길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 전염성은 사람들이 특정한 이야기 또는 이야기 속 인물에게 개인적인 동질감을 느낄 때 가장 강력해진다.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그는 “트럼프가 터프하고 뛰어난 협상가이며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라는 이야기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가 2016년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이끈 경제 내러티브의 핵심이었다”고 설명한다. 쉴러 교수는 강조한다. “경제학 이론에 대중 내러티브의 전염을 도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우 실제적이고 아주 중요한 경제 변화의 메커니즘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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